심리칼럼

성태훈의 아빠심리학27 - 아내와 같은 행동지침을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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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우상담센터 작성일17-04-04 17:50 조회1,5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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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일찍 퇴근을 했다. 좋아하는 야구 경기를 TV로나마 생중계로 보고 싶었고, 맥주 한 캔을 들고 쇼파에 앉았다. 그런데 엄마가 조용히 옆으로 오더니 아빠를 방으로 쫓아낸다. 아이가 공부를 하고 있으니 오늘만 방에 들어가서 TV를 보라고 한다. 아빠는 당황스럽다. 아빠에게도 저녁에 편하게 쉴 수 있는 날이 오늘 밖에 없으니 말이다. 
어느 날은 아이가 늦게 들어와서 소리를 지르면서 혼냈는데, 이번에도 엄마가 옆에서 말린다. 아이에게 소리 지르는 게 좋지 않다고 책에서 읽었다면서 엄마한테 맡기고 아빠는 참으라고 한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해서 한 마디 하는 것도 못하게 하니 아빠로서의 위신도 말이 아니다. 그럼 그냥 아이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시하고 살아야 하나 싶지만, 그렇게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이 문제로 상담을 하다보면 어려운 점 중에 하나가 아빠의 도움을 이끌어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주로 상담에 참여하는 엄마는 상담자와의 대화를 통해서 변화해야할 부분을 찾고 노력을 하지만, 상담 내용을 엄마가 아빠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힘들다보니 아이를 대하는데 있어서 아빠에게는 이미 익숙해진 행동을 바꾸기가 참 어렵다. 
늦게 들어오건, 공부를 안하건 간에 아이에게 어떤 문제 행동이 나타난다면 기존의 환경 중에서 바꿔야할 것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환경이라 함은 부모다. 결국은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 부모 서로 간의 협동은 매우 중요하다. 엄마가 아이의 용돈을 일주일에 5천원으로 정했는데, 아빠가 술마시고 들어와서 만원을 확 줘버리면 아이는 자기 관리 능력을 키울 수 없다. 엄마는 영어 공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저녁마다 책을 읽게 시키는데, 아빠가 어느 날 일찍 들어왔다고 애들 데리고 놀러 나가버리면 아이의 영어 능력은 키워지지 않는다. 문제는 능력만 안쌓이는 게 아니라 뭔가를 요구하는 엄마를 멀리하고, 놀게 해주는 아빠가 오기만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아이가 맨날 늦게 들어올 때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아이랑 친해지는 것을 목표로 다정하게 대하지만 아빠가 화를 내면 아이랑 관계를 회복하려 했던 엄마의 계획은 다 수포로 돌아간다. 
부모 서로 간에 상반된 양육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협동은 힘들어 보이지만, 협동이 꼭 같은 목표를 가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계속 늦을 때, 엄마가 한심하게 쳐다보거나, 아빠가 화를 내는 것이 아이로 하여금 집에 빨리 오도록 바꾸지 못다. 엄마가 아이랑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친절하게 대하기로 행동을 바꾸는데, 아빠가 친절한 대응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아이를 무시하는 것이 엄마를 도와주는 것이다. 엄마는 주관을 가지고 일관되게 아이를 대할 수 있다. 그리고, 한쪽이 노력할 때, 한쪽은 쉬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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