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칼럼

성태훈의 아빠심리학16 - 아빠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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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우상담센터 작성일17-04-04 13:49 조회1,4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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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보면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전쟁에서 승리의 전리품은 당연히 공을 가장 많이 세운 사람이 가져가야 한다. 그런데 아빠가 사는 세상에는 가만히 앉아 있다가 별로 한 것도 없이 아빠가 세운 공을 가로채가는 놈들이 있다. 팀 중에서 가장 열심히 일한 것은 아빠인데, 회의 때 매일 늦게 오던 사람도 같은 보상을 받고, 사장인 아빠가 여기저기 동분서주하며 벌어온 돈으로 가만히 앉아서 얌전히 손님만 맞이하던 직원들은 자기가 한 것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아간다. 그래도 아빠는 꾸준함을 따라올 것은 없다며 오늘도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다. 매일 늦게 오던 동료는 언젠가는 상사에게 찍히게 되어 있고, 수동적인 직원도 언젠가는 열성적인 다른 직원으로 바뀌게 되어 있다. 
꾸준함과 묵묵함으로 일관된 삶을 살아온 아빠에게는 중요한 규칙이 있다. 조금 귀찮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성실히 수행해야한다는 것. 너무 고지식해 보일 때도 있지만, 이러한 일관된 모습 때문에 지금의 자신이 있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아빠의 모습 보다는 상사에게 찍힌 동료나, 얼마 전에 자른 직원이 아이의 미래가 될 것 같아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원 하나를 꾸준히 다니질 못하고, 아빠 눈에는 오락하는 모습만 보인다. 자기가 하는 건 제대로 못하면서 아빠가 답답함에 한마디 하려고 하면 인상부터 쓰고 있다. 아빠의 잔소리가 귀에 들어가지 않을 것을 알지만, 화풀이라도 해야겠기에 아이를 붙잡고 소리를 지른다. 
상담에 올 때는 대개 부모님이 아이를 끌고 온다. 구체적인 말은 다르지만, 부모는 상담소의 힘을 빌어 아이가 바뀌길 원하고, 아이는 부모가 바뀌길 원하지만 그게 안된다는 것을 알기에 포기하고 있는 상태가 보통 상담의 시작이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타협안이 필요하고, 아직은 삶을 느슨하게 살고 있는 아이들은 협상의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배짱이가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아빠는 그럴 여지가 없다. 아이가 겨울에 배를 움켜쥐며 구걸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아빠가 모르는 게 있다. 아이들도 겨울에 굶어죽는 배짱이가 되긴 싫어한다. 개미가 되고 싶지만 힘들다 보니, 잠깐 동안 배짱이 흉내를 좀 내보는 것이다. 이때 배짱이 흉내가 흉내에서 끝나려면 아빠의 도움이 필요하다. 같이 즐기는 것이다. 아빠가 아이의 즐거움을 감시하기 보다는 인정해줄 때, 아이는 더 즐겁게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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